지난주 목요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지오바니 미라바시 트리오의 공연이 있었다.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요즘 한창 잘 나가는 피아노 트리오인데다 솔로 첫 앨범인 AVANTI 때 부터 줄곧 마음에 들어했던 연주자이기에 공연일정이 잡혔을 때부터 줄곧 '가야지, 가야해, 가고 싶은데' 등으로 마음속에 되뇌이던 중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평일 저녁이었기 때문에 어떤 돌발상황이 내 앞을 가로막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쉽사리 티켓을 예매하지도 못하는 상황.
국내에도 꽤 팬이 있는 연주자이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공연이고, 팻메스니그룹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표 못구해서 못 본 재즈 공연은 없었기에 굳이 예매하기보다는 당일날 보러 가는게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싶었다.
아침에 싸인이나 받아야지 하면서 주섬주섬 시디를 몇장 챙기면서 '저녁 8시 공연인데 볼 수 있을거야, 회사에서 멀지도 않고'라며 출근. 오후만 해도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저녁 7시엔 제 시간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결국 클라이언트의 자료 수정 요구에 발목잡혀 일을 마무리한게 저녁 9시..--;
작년 자라섬 에 왔을 때도 못봤고 이렇게 그냥 집에 가면 이유없는 짜증을 감당하기 힘들듯 하여 공연 중간에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예술의 전당 로비에 도착하니 LCD TV를 통해 한창 연주 중인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손가락이 보인다. 학생 시절이었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돈 안내고 공연장에 들어가기를 시도했을테지만 로비에 앉아 '뭐 연주야 사실 시디가 더 듣기 좋잖아, 어차피 1층 맨 뒤에서 연주하는 형체를 보는 것보다 TV를 통해 보는 모습도 나쁘지 않네'라고 위안하며 공연장 내부 진입은 시작도 안하고 포기.. 무언가를 놓고 흥정을 하고, 거짓미소를 보이며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피곤하고, 귀찮은가 보다...
앵콜곡이 시작될 무렵 로비에선 스탭들이 사인회 준비를...ㅎㅎ 그 사이로 들리는 올드보이의 미도 테마인 last waltz.. 역시 준비 많이 하셨군요..ㅎㅎ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공연 중간에 오리지날 발라드 버전으로 연주하시더니 마지막 앵콜로 또 나오네.... 스윙버전으로 편곡하여 들려주며 공연이 끝나고... 일본에서의 인기가 키스쟈렛 트리오만큼 한다는게 부풀려진 건 아닌듯..
공연 끝나고 사인회할 때, 다른 분이 들고 있는 프로그램을 슬쩍 보니 1부는 예전 앨범에서 2부는 이번에 찾아온 트리오의 최신 앨범 곡 중심으로 짜여졌더라는.. 1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이 전부 있었는데 로비에 도착해서 곡을 듣기 시작한게 2부 첫곡이었다니..흐흑
사실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솔로나 트리오의 연주, 편곡은 탑클라스의 뮤지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오리지날 자작곡보다는 기존의 유명곡이나 특정 곡이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 스탠더드 곡들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석을 보여주는 연주도 조금은 부족한듯 하고.. 유럽쪽 연주자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래드 멜다우처럼 좀 더 스탠더드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어찌되었든 이 둘이 대중성과 작품성, 외모(?)를 함께 생각했을 때 포스트 키스쟈렛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름 철자가 워낙 길기에 싸인이 독특합니다.. 동그라미 몇번 그린듯 하지만 GIO를 형상화한 듯 그래도 모든 싸인에 딱 동그라미 4개만 그립니다... 예전에 Pat martino는 자기 이름 스펠을 전부 붙여서 써주던데 그만큼 하나 해주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연세 지긋하신 분이 열심히 싸인해주시니 황송하기까지 했었다는 아마도 지금까지 받은 사인중에서 가장 정성스러운 싸인일 것입니다.
잘 생긴 외모 덕에 여성 팬 확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있는 분이라 키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역시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좋다.... 작은 목소리로 찬찬히 이야기하는게 분위기도 있으시고 친절하기까지.....~
항상 미라바시의 솔로 연주를 들으면 왼손이 단지 리듬 전개나 컴핑을 위한게 아닌 어느 정도 오른손과 동등한 역할을 해주고, 타건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로 강약 조절이 섬세한 왼손이라 생각했는데 사인할 때 보니, 왼손잡이더라는... 그의 음악이 나에게 전하는 계절이 밝은 봄날보다는 초겨울 낙엽진 이후인 것도 그의 왼손 덕이다..
한국보다는 왼손잡이가 훨씬 많은 유럽이겠지만, 아무래도 피아노곡이라는게 멜로디의 중심인 오른손의 비중이 높다보니, 우편향되기 쉽고, 그래도 왼손잡이들이 왼손 연주에서 좀 더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그럼 우뇌도 더 발달하셨겠군...ㅋㅋ
다음번 공연은 솔로든 트리오든 꼭 처음부터 공연장 안에서 봐야지.. 다음 앨범이 나올 때 쯤에 다시 내한 공연을 해주겠지.. 여러 차례의 내한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번도 공연을 못 본 트리오 토이킷에 이어 또 다른 징크스가 되는건 아닌지..--;
올초부터 보려던 2개의 공연을 하나는 놓치고 하나는 싸인만 받고.. 올해도 공연보러 다니기 쉽지 않을듯..
금요일 밤 늦게까지 술마시고 들어와서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잠이 깨면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세탁기를 돌리고 다시 잔다.. 오늘은 내가 언제 세탁기를 돌렸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정신차려보니 세탁기가 이미 빨래를 다 해놓았다는... 설마 우렁이 각시가??? 기왕 도와주려면 잘 펼쳐서 널어주고 가시지..ㅋㅋ
토요일 아침마다 옥상에 이불과 빨래 널어놓고 하루를 시작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요즘같이 날씨가 좋으면 빨래해서 널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인건가...
경기 시작전 두 시간 전 쯤에 메가 스토어 입구에서 작은 사인회가 있었다.. 막 도착했을 무렵 이미 사인회는 끝난 상태였고, 현수막도 걷고, 자리를 정리하는 분위기... 진행 요원는 이미 다 끝났다고 더 이상 줄 서지 말라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반쯤 걷어진 현수막에는 맨유의 레전드 뭐 이런 단어가 써있고, 아직 세분의 할아버지는 테이블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왠지 저 분들의 사인을 받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뜸 진행 요원에게 한국에서 온 여행객인데 올드 트래포드에 오늘 처음 왔고, 아마 다시는 못올지도 모르는데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안된다는 한마디만 던지고 묵묵히 주변 정리하는 진행요원..!
그냥 할아버지 앞으로 돌격(!)하고 싶었지만 그 옆엔 덩치 좋은 진행요원들이 있었기에 이 먼 땅에서 다치지 않으려면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그러며 그냥 가만히 서서 과연 저분들은 누구일까 생각하며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로 지성(?)이면 감천일까? 할아버지 근처에서 테이블을 치우던 그 덩치 좋은 다른 진행요원이 나에게 오더니 손짓을 하며 사인 받으러 가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낯선 동양인이 자기 사인 받고 싶다고 우물쭈물 말하는 모습을 할아버지 중 누군가 본 모양이다. 나의 짧은 영어가 거기까지 들리진 않았을거고.. 한분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그냥 멀리서 와서 놀랍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내준다,
나의 행운까지 빌어주시던 멋진 할아버지들..~ 덕분에 간직하게 된 세 명의 레전드 사인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이 분들의 이름과 이들의 전설을 알 수가 없다. 맨유 역사 속에 빛나던 그 많은 레전드들 중 과연 누구였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프리미어 리그 경기 관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선수들이 경기 후 귀가할 때 차를 타기 위해 나오는 출입문이 있으며, 선수들 얼굴도 가까이에서 보고 사인도 생각보다 쉽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부석 방향 게이트가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둘러 때늦은(?) 쇼핑을 마무리하고 무작정 발걸음을 본부석이 있었던 방향을 향해 옮겼다..
본부석 쪽 게이트가 가까워 오자 따로 찾거나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선수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 허리 높이 정도의 바리케이트가 둥근 형태로 쳐 있고 선수 한명이 나오면 본인 차를 바로 탈 수 있도록 주차(?)요원이 친절하게 문 앞에 차를 대기시키는 방식이었다.
보통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말끔히 샤워를 마친 후, 각종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며, 가끔은 말끔히 양복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 날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나 특별한 기념이 되는 선수들은 으례히 사인을 한다고 들어서 내심 2,3명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가득!
그러나 내가 도착하면서 본 첫번째 모습은 이미 사인을 마치고 유유히 자기 차에 타고 있는 긱스의 모습이었다..흐흑 오늘의 경기 소식지 표지 모델이기도 했고, 유럽 컵 경기 100번째 출전이었으니 당연히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후반전에 박지성과 교체해서 아무래도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고 맨 처음 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듯 했다..
그래도 가까이서 얼굴본게 어디냐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존 오셔와 반데사르, 실버스트르가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나 착하게 생긴 반데사르는 팬들의 환호와 질문에 농담까지 해주는 여유를 보이며 친절히 대답해 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바리케이드를 한바퀴 빙 돌며 사인을 해주는게 정말 확실한 팬서비스~ 두 명의 사인을 받고 감동해 있을 무렵 박지성 선수가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교체 출장이었지만, 확실한 활약을 보여줬고, 그 때 당시는 팀에 새로 이적한 선수로써 팬들에게 얼굴을 더 알릴 필요도 있었기에 짧은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해주러 나온 듯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박지성 선수가 등장하자 내 주변에 있던 팬들이 Park을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난번 풀럼과의 경기에서 활약한 덕에 이미 어느새 인지도가 높아진 듯 했다.
이에 질 수 없어 박지성 선수의 이름을 열심히 외쳤고, 주변 사람들은 박지성이라는 한국이름을 또렷한 발음으로 소리치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묵묵히 사인을 해주며 열심히 진도를 나가던 박지성 선수가 내 앞에 왔을 때, 한국말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정말 멋졌다'고 말해 주었다..
무언가 한국말로 답변을 해주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다렸지만 박지성 선수는 한국말이 들리는데 놀란 듯 나를 한번 쳐다보고 묵묵히 다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러 갔다. 흐흑
박지성 선수 사인
반 데사르와 존 오셔(왼쪽 위)
시간이 지나자 앨런 스미스, 반 니스텔루이, 리오 퍼디난드와 같은 팀의 간판 선수들도 등장하여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오와 경기 중에는 죽어도 패스를 안해서 성격 안 좋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친절한 반니.. 그리고 잘생긴 외모와 쇼맨십으로 팬들을 대해주던 앨런 스미스
비록 경기는 0-0 무승부였지만, 무언가 부족한 팬들의 마음을 이들도 알아서일까... 모든 선수들이 바리케이트를 한바퀴 빙 돌면서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었다.. 선수들이 가까이 왔을 때, 열심히 들이댄 덕에 그 날 주차장에 모습을 보인 대부분의 선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쉬운거라면 부상으로 빠진 루니와 모습을 보이지 않은 호날도의 사인을 받지 못한 정도
앨런 스미스(뒤집힘)
반 니스텔루이
리오 퍼디난드
'언제 올드 트래포드 주차장에서 맨유 선수들을 기다리면 있을 수 있을까'하며 한시간 넘게 주차장 앞에서 기다리며 받은 사인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주차 요원들이 이제 더 이상 나올 사람이 없다는 멘트를 하고 누군가 한 명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조금씩 자리를 비우기 시작한다.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 길 어느새 한적해진 올드 트래포드 앞 거리와 어느새 문 닫은 펍의 불꺼진 간판을 보며 시간이 꽤 많이 늦었음을 느낀다..
2년도 더 지난 지금 내가 오늘 이 곳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건 이제 이 몇장의 사인들과 사진들 뿐
그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 때마다 난 다시 그 곳에서 열심히 박지성을 외치던 순간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