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나기...

인천공항 출국 심사장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생전 처음 가보는 유럽을 자유 배낭여행으로 몇 달씩이나 간다고 하니
계획 잘 세워서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지만,
속으로는 적지 않게 불안 불안해 하셨을 것이다..
내가 한창 여행 중일때,
어느날 저녁 식사하시다가
'분명 기차도  3번 정도 놓치고, 숙소도 못구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시간 다 보내고 있을 거야'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어머니께서 나중에 살짝 귀뜀해 주신 걸로 봐서도..

무언가 챙기지 않은게 있을 것 같고,
무언가 준비없이 가는게 있을 거라고
공항에서까지 다시 한번 점검해주시니...
계속되는 지적에
아버지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이제는 대답할 힘도 없이 비행기 출발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십 여년간 해외 이곳, 저곳을 다니시고
정년퇴직하신 후 부부 유럽 여행을 홀로 준비하여
숙소에서부터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다녀오신 분이니
처음으로 만든 복수 여권을 들고
얼렁뚱땅, 대충대충 준비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부족하게 느껴지셨을까...--;
여행 가기전 여행 계획을 작성해서
통과하면 보내주겠다고 하시며,
샘플로 보여준 예전에 다녀오신 보름 일정의 여행 계획서를 본 순간
'이건 짧은 일정이니까 가능한거죠!'
라며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꼼꼼하게 작성할 엄두가 안나서...)

그래도 계획 보고를 위해 교통수단과 이동 시간 및 날짜 계산해가며 만든
전체 일정은 다음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지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물론, 일정에 따라 여행을 한건 아니지만요...ㅎㅎ)

여행을 가려면
떠나는 기간만큼 준비를 해야한다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조금은 긴 여행을 다녀온 지금, 분명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하고, 알고 있는 만큼 여행지에서 보이고 느껴지는 건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것과 같이 신체 작용의 일부분인 것이다...
더군다나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여행객에게는
두번 돌이켜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단순히 관광지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현지의 문화와 역사를 조금씩만 더 알고 갔더라면
조금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처음엔 두 달 일정으로 간다고 했다가,
구체적인 코스와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티켓 발권하면서 은근슬쩍 세달로 늘어났다.
나름 두 달 이상 자료도 모으고, 여행기도 읽으며 준비한다고 했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현지 일정은 부딪히면 해결할 수 있을거야라는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 나의 안일한 준비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체크인 하면서 분명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주민등록 번호를 알려 주었지만,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적립이 안되어 있었다...
보통은 1년 이내 적립이 가능한데 싱가포르 항공은 유효기간이 6개월이라고..
결국 돌아올 때 탑승한 것만 적립되고 반토막은 날려버린 아까운 내 마일리지..흐흑




뭐, 사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6개월 오픈 티켓에 한국 돌아오는 날짜는 언제든 변경할 수 있었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돈 떨어지면 들어와야지라는 생각도 안 한건 아니었다..
근데 정말 여행 막바지에 돈이 똑 떨어지더라는..TT;

'그래도 비행기는 타는구나'라며
요금 많이 나오니 전화하지 말고,(어차피 수신자 부담인걸 이미 간파하신거다)
메일이나 자주 보내라고 말씀하신다.
마지막으로 손 흔들어 주시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비행기 좌석에 앉을 때까지도
'정말 이제 유럽 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비행기 유럽 가는거죠? '라고 스튜어디스한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줄려나..
'싱가포르행인데요' 라고 대답해줄려나?...ㅎ
쓸데 없는 생각하고 있으니, 비행기가 슬슬 굴러가기 시작한다..
일단 이륙하면 '중간에 내려 주세요!'라고 할 수 없으니
한국을 떠나는건 맞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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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note

2006/07/24 13:23 2006/07/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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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니 2006/07/25 10:48 # M/D Reply Permalink

    기다리던 여행기가 시작됐구나.
    생생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너의 여행기,
    다음 이야기도 기대된다. 기대된다. 재석이표 <열하일기>!

  2. april 2006/07/27 02:23 # M/D Reply Permalink

    혹시 알아요..가끔 자극적인 이야기도 나올지..ㅎㅎ
    부지런히 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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