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전 두 시간 전 쯤에 메가 스토어 입구에서 작은 사인회가 있었다.. 막 도착했을 무렵 이미 사인회는 끝난 상태였고, 현수막도 걷고, 자리를 정리하는 분위기... 진행 요원는 이미 다 끝났다고 더 이상 줄 서지 말라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반쯤 걷어진 현수막에는 맨유의 레전드 뭐 이런 단어가 써있고, 아직 세분의 할아버지는 테이블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왠지 저 분들의 사인을 받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뜸 진행 요원에게 한국에서 온 여행객인데 올드 트래포드에 오늘 처음 왔고, 아마 다시는 못올지도 모르는데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안된다는 한마디만 던지고 묵묵히 주변 정리하는 진행요원..!
그냥 할아버지 앞으로 돌격(!)하고 싶었지만 그 옆엔 덩치 좋은 진행요원들이 있었기에 이 먼 땅에서 다치지 않으려면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그러며 그냥 가만히 서서 과연 저분들은 누구일까 생각하며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로 지성(?)이면 감천일까? 할아버지 근처에서 테이블을 치우던 그 덩치 좋은 다른 진행요원이 나에게 오더니 손짓을 하며 사인 받으러 가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낯선 동양인이 자기 사인 받고 싶다고 우물쭈물 말하는 모습을 할아버지 중 누군가 본 모양이다. 나의 짧은 영어가 거기까지 들리진 않았을거고.. 한분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그냥 멀리서 와서 놀랍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내준다,
나의 행운까지 빌어주시던 멋진 할아버지들..~ 덕분에 간직하게 된 세 명의 레전드 사인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이 분들의 이름과 이들의 전설을 알 수가 없다. 맨유 역사 속에 빛나던 그 많은 레전드들 중 과연 누구였을까?
얼마 전 맨유의 첫 친선 내한 경기가 있었다. 박지성으로 인하여 국내에서의 팀 인지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국내 맨유 서포터 모임마저도 한국에 이렇게 맨유 팬이 많은지는 몰랐다고 할 정도로 팬들의 엄청난 관심과 열기가 서울을 가득 채운 시간이었다.
상암경기장 근처에도 못가보고, 경기마저도 그날 밤 하일라이트로 처음 볼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신세였지만, 그들이 한국을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2005년 가을 꿈에도 그리던 하이버리와 올드 트래포드를 직접 방문하고 왔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책꽂이 한 곳에 고이 모셔 두었던 그날의 전리품들을 뒤적거릴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가을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영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일정을 확인하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여러 축구팀의 공식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이베이와 암표 사이트를 뒤적거리기를 한달...
서포터 클럽 회원들만이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와 달리 챔피언스 리그 경기는 티켓 구매를 위한 추첨을 비회원도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뚫고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8강 이상의 토너먼트 경기나 각 리그 빅클럽 또는 라이벌 간의 경기는 하늘의 별따기 정도의 경쟁률이겠지만, 영국에 한달 정도 머무는 기간은 다행히(?) 본선 조별 리그였기에 그래도 티켓을 정가에 구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정식 경로로 못구하면 암표라도 사서 갈 생각이었기에 경기 티켓을 구하는 것은 어느 순간 이미 나에게 단순히 희망 사항이 아닌 집착의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 팀 경기를 보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는데 여행의 일정으로나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한 경기 이상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또한, 티켓을 구하는 것은 나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98년 월드컵 이후 베르캄프와 앙리를 좋아했기에 줄곧 아스날을 나의 첫번째 팀으로 생각하여 왔다. 축구 게임을 해도 늘 아스날을 선택했고, 언젠가는 하이버리에 가서 그들의 경기를 보리라는 생각도 하였다.. 앙리의 절정에 이른 골감각과 신명나는 드리블을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었다.. 04-05시즌이었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하이버리에서 3-1로 아스날을 이겼을 때, 아마도 수비수인 존 오셔가 교체 멤버로 나와서 골을 넣었던 경기로 기억하는데 그 땐 정말 아스날의 패배를 슬퍼하며 경기를 봤다.... 호날도 드리블 정말 잘하는구나 그러면서 베컴의 공백은 충분히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래도 그 때까지는 여전히 아스날의 팬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을 하면서 그 모든 기쁨과 슬픔, 그리고 맨유에 대한 애증도 다 과거의 흔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긴 시간 열성(?)팬이었던 아스날을 뒤로 하고 유유히 맨유의 팬이 되어 버렸다... 영국 사람이라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배신 행위를 한 것이다.. 그건 베컴도, 긱스도, 루니도 아닌 박지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런던에 유학 중인 선배의 주소로 배송지를 입력하고 선배를 비롯하여 5장의 티켓을 구매 신청하였지만, 런던에서 유학 중인 자기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걸 한국에서 한다며 선배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도도 티켓 구매에 그다지 희망을 가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선착순 구매도 아니기에 과연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인 Lille과의 경기 티켓을 구매 신청하였다.
추첨 결과가 언제쯤 나오고 당첨(!)이 된다면 그 날짜로 카드 결재가 이루어 진다는 친절한 메시지와 함께 티켓을 구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이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뭐 그냥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다. 티켓을 구해서 경기를 보러 가게 된다면, 모든 여행 일정이 변경되고 아마도 스코틀랜드 북단에서 맨체스터까지 경기를 보러 와야 했지만 그건 이미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내 여행 계획엔 10월 18일 맨체스터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