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전리품

여행을 떠나기 전
프리미어 리그 경기 관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선수들이 경기 후 귀가할 때 차를 타기 위해 나오는 출입문이 있으며,
선수들 얼굴도 가까이에서 보고 사인도 생각보다 쉽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부석 방향 게이트가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둘러 때늦은(?) 쇼핑을 마무리하고 무작정 발걸음을 본부석이 있었던
방향을 향해 옮겼다..

본부석 쪽 게이트가 가까워 오자 따로 찾거나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선수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 허리 높이 정도의 바리케이트가 둥근 형태로 쳐 있고
선수 한명이 나오면 본인 차를 바로 탈 수 있도록
주차(?)요원이 친절하게 문 앞에 차를 대기시키는 방식이었다.

보통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말끔히 샤워를 마친 후, 각종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며,
가끔은 말끔히 양복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 날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나
특별한 기념이 되는 선수들은 으례히 사인을 한다고 들어서
내심 2,3명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가득!
 
그러나 내가 도착하면서 본 첫번째 모습은 이미 사인을 마치고
유유히 자기 차에 타고 있는 긱스의 모습이었다..흐흑
오늘의 경기 소식지 표지 모델이기도 했고,
유럽 컵 경기 100번째 출전이었으니 당연히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후반전에 박지성과 교체해서 아무래도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고
맨 처음 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듯 했다..

그래도 가까이서 얼굴본게 어디냐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존 오셔와 반데사르, 실버스트르가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나 착하게 생긴 반데사르는 팬들의 환호와 질문에
농담까지 해주는 여유를 보이며 친절히 대답해 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바리케이드를 한바퀴 빙 돌며
사인을 해주는게 정말 확실한 팬서비스~
두 명의 사인을 받고 감동해 있을 무렵
박지성 선수가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교체 출장이었지만, 확실한 활약을 보여줬고,
그 때 당시는 팀에 새로 이적한 선수로써
팬들에게 얼굴을 더 알릴 필요도 있었기에
짧은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해주러 나온 듯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박지성 선수가 등장하자
내 주변에 있던 팬들이
Park을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난번 풀럼과의 경기에서 활약한 덕에
이미 어느새 인지도가 높아진 듯 했다.

이에 질 수 없어 박지성 선수의 이름을 열심히 외쳤고,
주변 사람들은 박지성이라는 한국이름을 또렷한 발음으로 소리치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묵묵히 사인을 해주며 열심히 진도를 나가던 박지성 선수가
내 앞에 왔을 때, 한국말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정말 멋졌다'고 말해 주었다..

무언가 한국말로 답변을 해주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다렸지만
박지성 선수는 한국말이 들리는데 놀란 듯
나를 한번 쳐다보고 묵묵히 다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러 갔다.  흐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지성 선수 사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 데사르와 존 오셔(왼쪽 위)

시간이 지나자
앨런 스미스, 반 니스텔루이, 리오 퍼디난드와 같은
팀의 간판 선수들도 등장하여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오와
경기 중에는 죽어도 패스를 안해서 성격 안 좋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친절한 반니..
그리고 잘생긴 외모와
쇼맨십으로 팬들을 대해주던 앨런 스미스

비록 경기는 0-0 무승부였지만,
무언가 부족한 팬들의 마음을 이들도 알아서일까...
모든 선수들이 바리케이트를 한바퀴 빙 돌면서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었다..
선수들이 가까이 왔을 때,
열심히 들이댄 덕에
그 날 주차장에 모습을 보인 대부분의 선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쉬운거라면 부상으로 빠진 루니와
모습을 보이지 않은 호날도의 사인을 받지 못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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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스미스(뒤집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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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니스텔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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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언제 올드 트래포드 주차장에서
맨유 선수들을 기다리면 있을 수 있을까'하며
한시간 넘게 주차장 앞에서 기다리며
받은 사인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주차 요원들이
이제 더 이상 나올 사람이 없다는 멘트를 하고
누군가 한 명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조금씩 자리를 비우기 시작한다.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 길
어느새 한적해진 올드 트래포드 앞 거리와
어느새 문 닫은 펍의 불꺼진 간판을 보며
시간이 꽤 많이 늦었음을 느낀다..

2년도 더 지난 지금
내가 오늘 이 곳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건
이제 이 몇장의 사인들과 사진들 뿐

그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 때마다
난 다시 그 곳에서 열심히 박지성을 외치던
순간이 기억난다

Posted by aprilnote

2008/04/02 00:22 2008/04/0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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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만한 얼굴들..
이들 중 2명은 이제 더 이상 맨유맨이 아닌 걸로 시간이 꽤 지났음을 느낀다.
(반쯤 써두고 방치해둔 이 글과 이 전글의 날짜로도 충분히 느끼지만...)

티켓 예매 신청을 하고 열심히 여행 준비를 하고 지내다가
떠나기 1주일 전쯤엔가 좌석 예매가 이루어졌으며,
카드 결제 할거라는 안내 메일이 친절하게 도착하였다..
신청할 때의 두근거림에 비해서는
당첨(?) 안내 메일에 큰 감흥은 없었다..(당연히 될거라고 믿었기에..)
오히려 영국에서 선배를 통해 받은 티켓에 나의 영문 이니셜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경기 이틀 전까지 스코틀랜드 최북단 스카이 섬에 있었기 때문에서 하루만에
맨체스터로 이동하기 위해
열심히 브릿패스를 써가며 도착한 맨체스터..!!
이미 여행 중에 하루 머물었기 때문에
지도도 챙겼고, 길도 충분히 알고, 숙소도 예약했고, 밤거리도 2시간 넘게
혼자 헤매보았으니
배낭 여행자에게 더 이상 무서울게 없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이미 호스텔 여기저기에서 맨유의 올드 져지를 입고 서성이는 사람들로 인해
오늘 드디어 맨유 경기를 올드 트래포드에서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한껏 기분은 좋아지고..
어느덧 나는 경기 시작 2시간전에 이미 경기장내 기념품 샵을 서성이고 있었다..

오늘 긱스가 표지모델로 나온 경기 안내 가이드 북을 사들고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박지성이 처음으로 표지 모델로 등장한 지난 경기 가이드북을 발견..!!
'사진이 왜 이런가, 왜 과월호는 싸게 안파는거야'라고 투덜되면서도 덥썩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는 본능적인 행동..
아직 여행이 몇달 더 남았기에 대량 출혈을 막을 수 있었지,
올드 트래포드의 메가 스토어는
말그대로 지름신이 눈꺼풀에 내려앉아있게 하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뛴 첫시즌이었기 때문에 이 때만해도
서서히 그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는 시점이었습니다.
2주 전쯤에 풀럼과의 경기에서 루니와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리버풀이 첼시에게 홈경기에서 엄청난 점수차로 져서 온 거리가 쓸쓸하던 주말,
리버풀에 있는 호스텔 휴게실 TV에서
박지성의 활약상을 보며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야말로  적진 한가운데서 우리 편이 이겼다고 좋아해야 했던 신세였다.

이소룡 몸에 박지성 얼굴이 합성된 티셔츠도 이 때 처음 경기장 가는길
길거리샵에 등장!!

경기시작 30분전에 이미 좌석에 앉아서 경기장과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경기 전 내 눈앞에서 몸 풀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혼자 즐거워서 붕 뜬 기분으로 정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하는 마음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보던 경기장 모습과 다른게 하나도 없었지만
현실 속에서 오늘 내가 있는 곳은 진짜 올드 트래포드였다..!

결국 가상 공간은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자기 만족과 위안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경기 전엔 빈자리가 많이 보여서 아무래도 예선전이라
관심이 덜 한가 보다 생각하였지만
경기 시작 5분 전에 일제히 자리를 꽉 채운 관중들....
현지 주민들이 굳이 나처럼 2시간 전에 여기서 기웃거릴 필요는 없겠지...--;
그들에게는 내가 주말 저녁에 학교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과 맥주캔 들고
떠는 것과 다를바 없는 일상..
나도 혼자 영화보러 갈 때엔 영화관에 5분 전에 도착한 적이 없는데
굳이 그들에게 이곳과 지금의 순간이 나처럼 특별한 기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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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직전!!


이 날 경기는 긱스가 맨유에서 100번째로 출전한 유럽컵 경기였고,
루니와 사하가 부상으로 처음부터 명단에 빠져 있었다...
맨유의 미드필더들은 어딘가 압박감이 부족하였고,
루니 없는 반니는 왠지 외로워보였다..
아무래도 원정온 lille은 수비적인 전술로 역습을 노렸기 때문에
경기자체는 팽팽하다기보다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 곳에서 주말 저녁을 보내는 동네 주민들에게나
어울릴법한 말이고, 불과 몇십미터 앞에서 긱스와 호날두가 휙휙 뛰어 다니는
것만으로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아니 오늘 하루종일 평소보다 빨리 뛰었을
내 심장에게 90분의 경기는 가혹한 처사였다.
아드레날린은 이미 경기 시작전 다 소진되지 않았을까...

상대팀 페널티 에어리에 공이 가까워지면 다같이 일어나
일제히 터지는 함성소리, 벤치가 접히면서 '덜컹'거리는 소리는
그것 자체로도 집단의 군무이고, 축구팬의 환상이 될 법하다.

내 앞줄에 앉아
맥주 한 컵을 손에 들고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어느 해설자보다도 선수와 전술에 대한 많은 평(?)을 내뱉는 마흔은 넘었을
아저씨들
아빠 손을 잡고 7번 또는 9번, 아님 자신의 이름을 새긴 맨유 유니폼을 입고온
꼬마 아이들까지도 그 날의 순간순간을 채워주고 있다

박지성은 긱스와 교체하여 경기에 15분 정도 출장..
이날 경기가 박지성이 긱스가 전해 준 주장 완장을 그냥 자기가 차고서 뛰었던 날..ㅋㅋ
사실 스콜스가 전반전 내내 컨디션도 안좋고, 부진해서 후반엔 바로 교체하지
않을까 했는데  
퍼거슨 할아버지 질질 끌다가 결국 스콜스는 레드카드 퇴장..--;

경기결과도 0-0 무승부

경기 종료와 동시에 입장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사람들...
선배와 함께 이방인들만 남아 무언가 기념을 더 하기 위해 경기장을 못벗어나고...
그런다고 딱히 뭘 해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고..
새벽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가야하는 선배일행들에게
경기 전에 샀던 내 것과 부탁받은 J.S PARK 의 유니폼마저 강탈(?)당해
다시 스토어에서 사들고 나오면서
오늘밤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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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note

2008/03/29 11:09 2008/03/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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