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길을 헤메다3

갑자기, 도대체, 왜 이 녀석이
'언제인지도 모를 시절 광화문을 헤맨 이야기를 하는건지'

광화문을 헤맨 그 때는
하마도 지금 이 곳에서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나를 알기 전이다.
그들과 내 삶에 한점의 교차점도 없었던
아마 지나가는 길에서도 스쳐 지난적 없었던 때이다

그냥 매그넘 포토의 한국 전시회 사진을 보고
사진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 사진과 나와의 인연을
연결하다보니
문득 생각난 그 때의 짧지만 즐거웠던 하루가 기억이 난 것뿐이다.

아마 내가 사진으로 유명해졌다면(?)
아님 사진으로 밥벌어먹는 수준이 되었다면
이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새로운 점하나 찍어준 그런 날이 되었을 날에 대해서.
그리고 유독 광화문 사거리를 좋아하는
나의 집착에 대한 약간의 설명?
 
그날 전시장 안에는 의외로 관람객은 굉장히 적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전체 관람객이 10명이 안되었던듯..

보도 사진이라는 매그넘의 본질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유명 영화배우, 감독들이 나온 사진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어떤 연출이나 의도성이 담긴 것이 아닌
전시 홍보 문구처럼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들을
정말 편안하게 담고 있었다

사진이라면 그 안에 쭈욱 늘어서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오고, 그런 사진만 찍어오고, 본 나로서는
온전히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로가 카메라에 대한 의식이 없는 그런 사진들이 처음이었고,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이 찍은 사진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하긴 사진전이라는걸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니..)

벽에 큼지막하게 걸린 사진을 멍하니 보고 있어도
너무 좋았다는 기억밖에
초점, 구도, 노출
이런거 하나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사진보며 멋지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라는게
저절로 작동한게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들의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전시장이지만
그들도 사진 속의 한명의 피사체에 불과한 모습이었고,
전시를 보는 내내 나 역시 사진 자체의 매력에 더 끌려가고 있었다.
카메라를 전혀 응시하지 않은 오드리헵번의 표정이 더 멋지고
제임스딘의 무심코 치켜뜬 눈이 그의 진정한 표정이라는걸 찾아내는 재미.

그렇게 은연 중 내 머리 속을 채운 사진들은
여전히 어느 구석에 남은 채
가끔씩 스물스물 나의 시신경과 뇌를 자극해 주는 것일지도

조금은 다른 주제이지만
매그넘 멤버들이 찍은
또 다른 한국의 모습들...

잘 찍은 사진, 멋진 사진
이런 걸 찾기보다는
사진 속 관찰자의 시선을 찾는게 더 즐겁지 않을까

전시를 다보고 시간도 남으니 덕수궁 구경도 슬쩍 하고 가야겠다며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 다시 광화문 사거리로..
왜 이렇게 작은거야..--;;
교보문고에서 삼성플라자까지 찾아갔던 시간의
반도 안걸리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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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note

2008/07/27 13:00 2008/07/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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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후덥지근한 토요일..
금요일부터 시작된 매그넘 코리아 전시에 맞춰
진행된 이언 베리 선생님의 특별 강연회

오프닝날엔 전시도 구경하시고
사인회도 하셨다지만 평일 저녁은 이제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어려운 시간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전시회에 걸리면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도
범인이 자신의 범행 현장을 다시 찾는 것과 비슷한 습성이 아닐까..
또 다른 멤버이자 이번 프로젝트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구보타 선생님도 예정에 없던 방문을 해서
전시장도 둘러보고 옆에서 사인도 해주었다니...
언제 이분들 사인받고 그들의 눈과 손을 직접 볼 수 있으려나

피사체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진을 잘 찍어서
고스트라는 애칭이 붙었지만 외모는 마음씨 좋고 푸근한 옆집 아저씨..
자신의 평범한 이미지와 때로는 주변사람들이 어리숙하게까지 느끼는 탓에
오히려 그 점이 사진을 찍을 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본인이 노력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신경을 별로 안쓴단다...
(나의 붙박이 가구 이미지와 무언가 통하는 듯한..ㅋㅋ)
자신은 단지 의도된 사진이나 연출이 들어간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전시 개막식에서 이언베리 (ⓒ 지상/한겨레)

주로 아프리카 분쟁 지역을 그동안 많이 찍었고
요즘은 물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시라고
작가 본인이 직접 고르고 골라 설명해주는 사진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시간이었는데,
게다가 그 많은 컷들에 대한 당시 상황이라든가,
세세한 기억들까지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이야기 해주시니
이건 정말 영광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 한컷, 한컷에 집중력과 기다림이 담겨 있기에
그 많은 사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낼 수 있는게 아닐까..
통역시간을 고려하지 못해서 보여줄 사진들을 너무 많이 준비했다면서도
끝까지 찬찬히 설명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자신은 운이 좋은 사진가일 뿐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세계 어디든 뛰어들어갈 용기와
대부분의 분쟁 현장은 기자들의 입국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찍으러 갈 기회를 찾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다는 건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으려하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단 한번 찾아온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건
그 때를 위해 준비해온 시간이 있었기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로 만든 작품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 테레사가 소련군의 체코 침공 현장 사진을 찍는데
거기에 나온 당시의 현장 사진들 중에 이언 베리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시대적 배경이 그랬던 탓에 국내에 번역된 영화 제목은
원작과 상관없이 '프라하의 봄'
아마도 내가 처음 본 이언베리의 사진도 그 때의 기록인 듯 하다.

당시 짧은 봄날을 보내고 있던 체코의 주변 정세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미리 입국비자까지 받아놓고 기다렸다고 하니, 이런 것까지 선견지명이라고
표현하는건 안 어울릴듯 하다.
자신의 표현으로 너무 일찍 받아놓은 탓에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다보니
비자 만료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야 상황이 촉박해져 체코에 입국하였고,
자신이 타고 들어간 비행기가 결국 소련군 침공 이전에
프라하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비행기에 탄 사람 중 사진 기자는 자기 하나 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언 베리가 68년 체코 침공 당시 찍은 사진
( Ian berry/magnum photos)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
누군가 지금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가 있는걸 아는지
그리고 그 현장 사진은 찍으셨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자
광화문에 큰 집회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일정이 바빠서 가 볼 시간은 없었다고..
말하는 뉘앙스가 촛불시위에 대한 내부적인 사정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보도사진의 원칙
'사진가는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
조용히 움직여서 상대가 나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야 한다.
피사체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가 없는 사진은 안된다'

이런 그이지만 늘 현장에서의 개입과 기록이라는 양 끝에서
어느 쪽에 서야 할지를 여전히 고민하시는
너무 착한 옆집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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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1:48 2008/07/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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