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나와 접촉한 유럽의 낯선 땅, 런던! 나의 여행에 있어 첫 여행지에서의 기대감과 의욕, 그리고 체력은 마지막 여행지에서의 그것보다 딱 두배의 활동량을 보여주는 듯 하다. 여행내내 런던에서의 첫날을 종종 떠올리며 그 때의 마음과 의욕을 되돌려 보려 노력하였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우선 몸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첫날엔 비행기에서 잠도 별로 안 잤음에도 불구하고 앞 뒤로 둘러맨 배낭 정도야 하는 의욕과 힘이 넘친다...
이른 아침 입국 수속에서의 묘한 긴장감을 뒤로 하고 (4주 정도 있을 거라고 하니 왜 이리 궁금한게 많으신지...) 내 마음 속에서 종소리가 '땡!'하고 울리며, 여행의 1라운드가 시작되었음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처음엔 텅 비어 있던 지하철 의자들이 시내 중심가로 가까워지면서 하나, 둘 차기 시작한다.. 여기나 한국이나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풍경은 그리 다르지 않구나.. 내 앞에 앉은 저 아저씨는 또 하나의 동양인 여행객이 런던에 놀러온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기억이나 할까? 출근 지하철에서 만난 그들에게는 매일 매일 지나치는 시간과 공간 속에 그냥 내가 잠시 단역으로 출연하고 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그 단역이 몇번 더 출연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이들의 인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나가는 행인2, 또는 동양인 여행객3 이상의 역할을 따내기는 어렵다..
여행지의 하루와 내가 늘상 해오던 평범한 일상 속의 하루는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내 주변의 풍경과 들려오는 언어들이 변화되고 한국에서는 쉽게 해오던 일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지하철 타기, 버스 타기, 심지어는 횡단보도 건너기와 같은 그냥 매일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여행지에서는 조금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뿐이다.
여행지에서는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 줄곧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국에서도 늘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친구들 만나면 '뭐 먹으러 갈까?' 하는 고민에 빠지긴 하지만 지금은 최소 5가지는 더 조건 항목들이 추가되어 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진행하게 된다. 머릿속에 가득찬 '만약'이라는 문구들과 이 모든 고민을 여행의 묘미라 치환해 버리며 솟구치는 불안감과 짜증을 진정시키려 노력하지만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는 슬쩍 슬쩍 주변 눈치 살피면서 그냥 묵묵히 여행 책자와 지도만 뒤적일 뿐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먼 미래일 뿐
당장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만으로도 '역시 집나가면 고생이야' 라는 명언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래도 내 두발이 지금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의 땅과 맞닿아 서 있다는 기분이 이 모든걸 즐겁게 해주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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