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만한 얼굴들..
이들 중 2명은 이제 더 이상 맨유맨이 아닌 걸로 시간이 꽤 지났음을 느낀다.
(반쯤 써두고 방치해둔 이 글과 이 전글의 날짜로도 충분히 느끼지만...)

티켓 예매 신청을 하고 열심히 여행 준비를 하고 지내다가
떠나기 1주일 전쯤엔가 좌석 예매가 이루어졌으며,
카드 결제 할거라는 안내 메일이 친절하게 도착하였다..
신청할 때의 두근거림에 비해서는
당첨(?) 안내 메일에 큰 감흥은 없었다..(당연히 될거라고 믿었기에..)
오히려 영국에서 선배를 통해 받은 티켓에 나의 영문 이니셜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경기 이틀 전까지 스코틀랜드 최북단 스카이 섬에 있었기 때문에서 하루만에
맨체스터로 이동하기 위해
열심히 브릿패스를 써가며 도착한 맨체스터..!!
이미 여행 중에 하루 머물었기 때문에
지도도 챙겼고, 길도 충분히 알고, 숙소도 예약했고, 밤거리도 2시간 넘게
혼자 헤매보았으니
배낭 여행자에게 더 이상 무서울게 없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이미 호스텔 여기저기에서 맨유의 올드 져지를 입고 서성이는 사람들로 인해
오늘 드디어 맨유 경기를 올드 트래포드에서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한껏 기분은 좋아지고..
어느덧 나는 경기 시작 2시간전에 이미 경기장내 기념품 샵을 서성이고 있었다..

오늘 긱스가 표지모델로 나온 경기 안내 가이드 북을 사들고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박지성이 처음으로 표지 모델로 등장한 지난 경기 가이드북을 발견..!!
'사진이 왜 이런가, 왜 과월호는 싸게 안파는거야'라고 투덜되면서도 덥썩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는 본능적인 행동..
아직 여행이 몇달 더 남았기에 대량 출혈을 막을 수 있었지,
올드 트래포드의 메가 스토어는
말그대로 지름신이 눈꺼풀에 내려앉아있게 하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뛴 첫시즌이었기 때문에 이 때만해도
서서히 그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는 시점이었습니다.
2주 전쯤에 풀럼과의 경기에서 루니와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리버풀이 첼시에게 홈경기에서 엄청난 점수차로 져서 온 거리가 쓸쓸하던 주말,
리버풀에 있는 호스텔 휴게실 TV에서
박지성의 활약상을 보며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야말로  적진 한가운데서 우리 편이 이겼다고 좋아해야 했던 신세였다.

이소룡 몸에 박지성 얼굴이 합성된 티셔츠도 이 때 처음 경기장 가는길
길거리샵에 등장!!

경기시작 30분전에 이미 좌석에 앉아서 경기장과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경기 전 내 눈앞에서 몸 풀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혼자 즐거워서 붕 뜬 기분으로 정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하는 마음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보던 경기장 모습과 다른게 하나도 없었지만
현실 속에서 오늘 내가 있는 곳은 진짜 올드 트래포드였다..!

결국 가상 공간은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자기 만족과 위안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경기 전엔 빈자리가 많이 보여서 아무래도 예선전이라
관심이 덜 한가 보다 생각하였지만
경기 시작 5분 전에 일제히 자리를 꽉 채운 관중들....
현지 주민들이 굳이 나처럼 2시간 전에 여기서 기웃거릴 필요는 없겠지...--;
그들에게는 내가 주말 저녁에 학교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과 맥주캔 들고
떠는 것과 다를바 없는 일상..
나도 혼자 영화보러 갈 때엔 영화관에 5분 전에 도착한 적이 없는데
굳이 그들에게 이곳과 지금의 순간이 나처럼 특별한 기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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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직전!!


이 날 경기는 긱스가 맨유에서 100번째로 출전한 유럽컵 경기였고,
루니와 사하가 부상으로 처음부터 명단에 빠져 있었다...
맨유의 미드필더들은 어딘가 압박감이 부족하였고,
루니 없는 반니는 왠지 외로워보였다..
아무래도 원정온 lille은 수비적인 전술로 역습을 노렸기 때문에
경기자체는 팽팽하다기보다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 곳에서 주말 저녁을 보내는 동네 주민들에게나
어울릴법한 말이고, 불과 몇십미터 앞에서 긱스와 호날두가 휙휙 뛰어 다니는
것만으로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아니 오늘 하루종일 평소보다 빨리 뛰었을
내 심장에게 90분의 경기는 가혹한 처사였다.
아드레날린은 이미 경기 시작전 다 소진되지 않았을까...

상대팀 페널티 에어리에 공이 가까워지면 다같이 일어나
일제히 터지는 함성소리, 벤치가 접히면서 '덜컹'거리는 소리는
그것 자체로도 집단의 군무이고, 축구팬의 환상이 될 법하다.

내 앞줄에 앉아
맥주 한 컵을 손에 들고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어느 해설자보다도 선수와 전술에 대한 많은 평(?)을 내뱉는 마흔은 넘었을
아저씨들
아빠 손을 잡고 7번 또는 9번, 아님 자신의 이름을 새긴 맨유 유니폼을 입고온
꼬마 아이들까지도 그 날의 순간순간을 채워주고 있다

박지성은 긱스와 교체하여 경기에 15분 정도 출장..
이날 경기가 박지성이 긱스가 전해 준 주장 완장을 그냥 자기가 차고서 뛰었던 날..ㅋㅋ
사실 스콜스가 전반전 내내 컨디션도 안좋고, 부진해서 후반엔 바로 교체하지
않을까 했는데  
퍼거슨 할아버지 질질 끌다가 결국 스콜스는 레드카드 퇴장..--;

경기결과도 0-0 무승부

경기 종료와 동시에 입장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사람들...
선배와 함께 이방인들만 남아 무언가 기념을 더 하기 위해 경기장을 못벗어나고...
그런다고 딱히 뭘 해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고..
새벽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가야하는 선배일행들에게
경기 전에 샀던 내 것과 부탁받은 J.S PARK 의 유니폼마저 강탈(?)당해
다시 스토어에서 사들고 나오면서
오늘밤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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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1:09 2008/03/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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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얼마 전 맨유의 첫 친선 내한 경기가 있었다.
박지성으로 인하여 국내에서의 팀 인지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국내 맨유 서포터 모임마저도 한국에 이렇게 맨유 팬이 많은지는 몰랐다고 할 정도로
팬들의 엄청난 관심과 열기가 서울을 가득 채운 시간이었다.

상암경기장 근처에도 못가보고, 경기마저도 그날 밤 하일라이트로 처음 볼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신세였지만,
그들이 한국을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2005년 가을 꿈에도 그리던 하이버리와 올드 트래포드를 직접 방문하고 왔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책꽂이 한 곳에 고이 모셔 두었던 그날의 전리품들을 뒤적거릴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가을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영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일정을 확인하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여러 축구팀의 공식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이베이와 암표 사이트를 뒤적거리기를 한달...

서포터 클럽 회원들만이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와 달리
챔피언스 리그 경기는 티켓 구매를 위한 추첨을 비회원도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뚫고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8강 이상의 토너먼트 경기나 각 리그  빅클럽 또는 라이벌 간의 경기는
하늘의 별따기 정도의 경쟁률이겠지만, 영국에 한달 정도 머무는 기간은 다행히(?) 본선 조별 리그였기에
그래도 티켓을 정가에 구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정식 경로로 못구하면 암표라도 사서 갈 생각이었기에
경기 티켓을 구하는 것은 어느 순간 이미 나에게 단순히 희망 사항이 아닌 집착의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 팀 경기를 보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는데
여행의 일정으로나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한 경기 이상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또한, 티켓을 구하는 것은 나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98년 월드컵 이후 베르캄프와 앙리를 좋아했기에 줄곧 아스날을 나의 첫번째 팀으로 생각하여 왔다.
축구 게임을 해도 늘 아스날을 선택했고, 언젠가는 하이버리에 가서 그들의 경기를 보리라는 생각도 하였다..
앙리의 절정에 이른 골감각과 신명나는 드리블을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었다..
04-05시즌이었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하이버리에서 3-1로 아스날을 이겼을 때,
아마도 수비수인 존 오셔가 교체 멤버로 나와서 골을 넣었던 경기로 기억하는데
그 땐 정말 아스날의 패배를 슬퍼하며 경기를 봤다....
호날도 드리블 정말 잘하는구나 그러면서 베컴의 공백은 충분히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래도 그 때까지는 여전히 아스날의 팬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을 하면서 그 모든 기쁨과 슬픔, 그리고 맨유에 대한
애증도 다 과거의 흔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긴 시간 열성(?)팬이었던 아스날을 뒤로 하고 유유히 맨유의 팬이 되어 버렸다...
영국 사람이라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배신 행위를 한 것이다..
그건 베컴도, 긱스도, 루니도 아닌 박지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런던에 유학 중인 선배의 주소로 배송지를 입력하고
선배를 비롯하여 5장의 티켓을 구매 신청하였지만,
런던에서 유학 중인 자기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걸 한국에서 한다며
선배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도도 티켓 구매에 그다지 희망을 가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선착순 구매도 아니기에 과연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인 Lille과의 경기 티켓을 구매 신청하였다.

추첨 결과가 언제쯤 나오고 당첨(!)이 된다면 그 날짜로
카드 결재가 이루어 진다는 친절한 메시지와 함께
티켓을 구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이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뭐 그냥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다.
티켓을 구해서 경기를 보러 가게 된다면, 모든 여행 일정이 변경되고
아마도 스코틀랜드 북단에서 맨체스터까지 경기를 보러 와야 했지만
그건 이미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내 여행 계획엔 10월 18일 맨체스터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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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01:50 2007/08/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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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아침

심호흡 한번 길게 하고 지하철 출구를 통해 올라선 지상의 첫 풍경은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런던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셜록 홈즈에서부터 세익스피어를 거쳐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브론테 자매 등
현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늘 안개 가득하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음침한 느낌의 영국만을 생각해서인가...
구름 한점 없는 파란하늘과 눈이 부실 정도의 하늘은 어색할 정도다..
영락없는 한국의 가을 하늘이지만 빨간색 2층 버스만이 내 옆을 지나가며
런던에 온 걸 실감나게 해주는 듯 하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단 숙소에 가방을 놓고 나오는게 당연한 순서이다..
그러나 여행의 시작날엔 1시간이나 허비하며
숙소에 다시 갔다 오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진다..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로 제 정신이 아닌거죠..--;;)

런던에 오면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넓디 넒은 공원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피카디리 서커스의 버진 메가 스토어, 하이버리 구장, 애비로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면서 저녁먹기 전까지 숙소에 가야하니
대충 동선을 이렇게 잡으면 되겠구나하면서...
결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버킹엄궁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미 첫번째 목적지는 웨스트민스터였다.
나의 옛 친구들이 묻혀 있는 웨스트민스터에 가서
내가 런던에 왔다고 인사는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처에 버킹엄궁이 있었고,
그렇게 지나가면 빅벤과 런던아이도 슬쩍 보고 갈 수 있었던 경로였기에.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뿌듯해져 있다...ㅎㅎ

새로운 곳에 오면 가장 먼저 그곳의 지도를 구할 것!
이건 국내외를 불문하고 내 여행의 철칙이었다.
일단 지도 한장 구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길 잃어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뻔뻔함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내 머릿 속 네비게이션을 너무 과신하는 경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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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번 접었다, 펼쳤다를 반복하며 너덜해진 나의 런던 지도...

이번 여행 중 유일하게 돈 주고 산 런던의 지도를 들고
Green Park 나무들 속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런던너들이 Green Park 안의
Queen's walk를 따라 바쁜 걸음으로 걸어간다..
대부분 까만색 정장을 입어서인가 개미들이 줄이어 가는 모습처럼 느껴지며
'세계 어딜 가도 출근 시간의 풍경은 역시 다를게 없구나..
그래도 이 사람들은 아침마다 공원 산책(?)하며 출근하니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공원에 비해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산책과 독서를 즐기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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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James Park에서 만난 다람쥐...
                          할아버지가 먹이를 손에 쥐고 손짓을 하자 쪼르르 뛰어와서 받아먹고
                         다시 풀밭으로 돌어가더라는...^^



그래도 배낭여행자이기에 기내식에서 알뜰살뜰 챙겨온 음식들로
첫 아침을 대신하며 Green Park에서 한가로운 아침을 즐겨본다.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큼지막한 나무들은 아마도 런던의 변화를 지켜본
역사의 증인들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지나갔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삶의 휴식을 얻어 갔다.
그 아래로 현재의 내가 지나가고, 시간이 흐른 후 과거의 나를 보기 위해
나는 다시 이 곳을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내가 언제 다시 찾아오더라도 묵묵히 이 곳을 지키고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니가 내 여행의 첫 증인이야' 라고 괜히 혼자 한마디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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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Park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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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1 18:46 2006/12/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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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나와 접촉한 유럽의 낯선 땅, 런던!

나의 여행에 있어 첫 여행지에서의 기대감과 의욕, 그리고 체력은

마지막 여행지에서의 그것보다 딱 두배의 활동량을 보여주는 듯 하다.

여행내내 런던에서의 첫날을 종종 떠올리며

그 때의 마음과 의욕을 되돌려 보려 노력하였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우선 몸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첫날엔 비행기에서 잠도 별로 안 잤음에도 불구하고

앞 뒤로 둘러맨 배낭 정도야 하는 의욕과 힘이 넘친다...


이른 아침

입국 수속에서의 묘한 긴장감을 뒤로 하고

(4주 정도 있을 거라고 하니 왜 이리 궁금한게 많으신지...)

내 마음 속에서 종소리가 '땡!'하고 울리며,

여행의 1라운드가 시작되었음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처음엔 텅 비어 있던 지하철 의자들이 시내 중심가로 가까워지면서

하나, 둘 차기 시작한다..

여기나 한국이나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풍경은 그리 다르지 않구나..

내 앞에 앉은 저 아저씨는 또 하나의 동양인 여행객이

런던에 놀러온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기억이나 할까?

출근 지하철에서 만난 그들에게는 매일 매일 지나치는 시간과 공간 속에

그냥 내가 잠시 단역으로

출연하고 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그 단역이 몇번 더 출연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이들의 인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나가는 행인2, 또는 동양인 여행객3 이상의

역할을 따내기는 어렵다..


여행지의 하루와 내가 늘상 해오던 평범한 일상 속의 하루는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내 주변의 풍경과 들려오는 언어들이 변화되고

한국에서는 쉽게 해오던 일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지하철 타기, 버스 타기, 심지어는 횡단보도 건너기와 같은

그냥 매일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여행지에서는 조금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뿐이다.


여행지에서는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 줄곧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국에서도 늘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친구들 만나면 '뭐 먹으러 갈까?' 하는 고민에 빠지긴 하지만

지금은 최소 5가지는 더 조건 항목들이 추가되어 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진행하게 된다.

머릿속에 가득찬 '만약'이라는 문구들과

이 모든 고민을 여행의 묘미라 치환해 버리며

솟구치는 불안감과 짜증을 진정시키려 노력하지만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는

슬쩍 슬쩍 주변 눈치 살피면서

그냥 묵묵히 여행 책자와 지도만 뒤적일 뿐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먼 미래일 뿐

당장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만으로도

'역시 집나가면 고생이야' 라는 명언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래도 내 두발이 지금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의 땅과 맞닿아

서 있다는 기분이 이 모든걸 즐겁게 해주는게 아닐까...

            여행의 첫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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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note

2006/08/03 14:01 2006/08/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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